욕망이란 단어를 정의한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PLUS :: 내가 지금 일단 욕망하는 것을 나열해봅시다
유희왕이란 카드게임 애니메이션을 아는 사람이라면, ‘욕망의 항아리’라는 카드를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더라도 학교다닐 때, 남자애들이 카드를 들고다니며 닮았다고 서로 놀리던 모습이 기억난다면, 동년배가 아닐 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워낙 짤로도 많이 쓰였던 기억이 있어서 사진을 보면 아~라고 말하며 다들 알아볼 거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의 난, 이 카드를 보는것조차 달가워하지 않았다(닮았다고 놀림을 받아서는 아니다). 찢어질듯 올라간 입꼬리, 한껏 주름진 눈가와 광대, 새빨간 입술과 눈동자는 나를 잡아먹을것만 같았고, 사람의 밑바닥까지 비웃는 것 같다가도, 또 다시 보면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의 찡그린 모습과도 같은 표정이 거부감을 넘어 기괴한 느낌을 주었다. 무엇이 들어있을 지는 감히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고, 상상한다 하더라도 무엇이 들어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저 항아리엔 시커먼 속내와 이기적인 욕심만이 가득 차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부정적인 모습들이 눈을 감으면 자꾸 떠오를까 무서워 그 잔상을 머리에 남기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내가 느끼는 ‘욕망’은 딱 이런 모습이었다.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될 것만 같은 것. 최대한 깊이 묻고 꺼내면 안되는 것. 하지만 책에서는 욕망이 Desire의 세계를 나타낸다는 새로운 정의를 어렴풋이 짐작만 하며, 나의 편협함에 큰 몫을 한 욕망의 항아리 카드는 게임에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자신의 덱에서 카드 두 장을 뽑는다. 뽑은 후 욕망의 항아리를 파괴한다”
안타깝게도 게임 자체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룰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 효과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위키피디아에서 카드를 설명하는 두 줄을 읽는 순간,아?라는 물음표가 띄워지며 약간의 충격과 함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착착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편협했던 생각이 깨지며 뇌에 다른 방식의 회로가 정립이 되고 나니, 욕망의 정의를 다시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욕망의 항아리
“상황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어드밴티지를 벌어주는 카드” “주인공의 역전의 발판이 되는 카드”
== cheatkey
진부한 표현이지만, 인생은 종종 게임으로 비교되곤 한다. 안타깝게도 시작이 썩 공평한 게임은 아니지만,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욕망의 항아리’는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 점. 원 게임의 룰에서는 최대 3장까지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내가 주인공인 나의 게임에서는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내가 필요한 때 마다 무한정 꺼내 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욕망은 치트키와 같아서 욕망하는 것 만으로도 어드벤티지를 가져다준다는 점.
이 글을 읽는 모두는 처음부터 쥐고 있었던 욕망의 항아리가 가진 힘을 알아보길 바란다. 게임에서는 아무리 좋은 패를 들고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없는 것과 같다. 지금 당장 욕망의 항아리를 꺼내어 보도록 하자. 사용법도 간단하다. 욕망하는 것을 찾아보고, 욕망하고 그리고 더 크게 욕망하는 것.